GQ 6월호 中 에릭 인터뷰

<SNL>과 <라디오스타>방영 이후에 모니터는 좀 해봤나요?

-혜성이의 재발견이에요. 지금까지 혜성이만 연기를 안 했잖아요.

꽤나 수위를 넘나들었는데,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자신의 출연작을 잘 못 봤다고 들었어요. 이젠 "뭐 타는 냄새 안 나요?"를 콩트 소재로 쓸 만큼 편해졌나요?

- 예전부터 멤버들이 그걸로 놀리거나 방송 소재로 쓰는 게 불편하진 않았어요. 이미 많이 나온거라 식상할까봐 걱정이었죠. 웃기려고 놀리는 건데, 놀리기를 위한 놀리기가 되면 안되니까. 굳이 그럴 필요도 없고. 나아져서 모니터를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이제는 많이 하면서 단련이 된 거죠.

<신화방송>을 보면서 당신에게 변화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근데 <라디오스타>를 보니 딱히 변화가 있었다기보다, 익숙한 환경인가, 그렇지 않은가의 차이 같아요.

-<신화방송>도 처음에는 조심스럽고 소극적이었어요. 멤버들이야 워낙 편하고, 이젠 스태프들도 편해져서 괜찮은거죠. 근데 다른 방송이나 예능 나가면 또 똑같아요.

모니터 해봤냐고 물었을 때, 신화로서의 감상을 얘기했죠. 확실히 에릭이 아니라 '신화의 에릭'을 의식한달까요?

-음악이 너무 좋기도 했지만, 사실 처음 가수가 되려고 생각한 건 그냥 멋있어 보여서였어요. 그런데 오랫동안 활동해보니까 그렇더라고요. 애초에 가수가 되고 싶어서 시작했고, 신화로 시작했는데, 다른 데서 더 반응이 좋다고 초심을 버리면 안 멋있지않나. 연기자나 가수가 상 말고 지속성이나 의리로도 인정받는다는 걸 알았고요. 한국의 최장수 아이돌 가수는 저희가 의도하지도, 생각해본 적도 없는 상이었죠. 이제는 팬분들이나 가요계에서 되게 모범적으로 보니까, 좀 더 조심스럽게, 누가 안 되게 하려고요.

신화는 제멋대로 해서 지지받아온 팀 아닌가요?

-하하. 신문에 오르내린 적이 많았는데, 운이 따랐어요. 은퇴를 결심할 만큼 큰 사고는 없었지만, 그 직전까지는 많이 갔거든요. 잘돼서 나태해졌을 떄나, 사랑을 받아도 큰 감흥이 없을 때마다, 아주 정신이 번쩍번쩍 들게 해줬죠.

'신화의 에릭'과 '문정혁'은 어떻게 달라요?

- 저는 낙천적이고 게을러요. 만약 신화의 멤버로서, 신화로 이룰 수 있는 것들에 대한 동기 부여가 없었다면 굉장히 나태했을 거예요. 움직이지 않았을 것 같아요. 신화는 제가 열심히 일할 수 있는 큰 명분 같아요.

온전히 자기 이야기가 담긴 앨범을 내고 싶진 않나요? 영어 랩으로 막...

-1집부터 거의 전곡의 랩을 작사해서 이제 소재의 폭이 넓진 않아요. 한 곡 전체를 작사할 떈 경험했던 일만 쓰는데, 글로 나가면 기록이 남잖아요. 나중에 그걸 번복하는 게 굉장히 멋이 없고요. 하하. 그래서 작사 제의를 받아도, '억' 하거나 '이상하게 건드리는 것' 이 없으면, 그냥 안할래, 이래요. 혹시라도 말을 많이 하면, 내 생각과 다른 얘기가 나올까봐. 그래서 말하는 걸 싫어해요.

트위터는 어때요?

-아무나 하는 게 아닌 것 같아요. 다른 사람을 위하는 의식이 필요할 것 같아요. 인생을 좀 더 산 선배로서 충고한 줄 알았는데, 돌아보니 그냥 나를 위해 썼더라고요. 내 무료함, 혹은 컴백에 대한 두려움이나 팬들의 피드백이 궁금해서. 다른 사람을 위한 게 아니라는 자각을 하고, 그러면 하지 말아야겠다 싶었죠.

그렇다고 일기를 쓰진 않죠?

-그렇죠. 가만히 있을 때는 게을러지죠. 하하. 뒹굴뒹굴. 그러고 보니 게을러지지 않기 위해서 한 것 같기도 하네요.

느슨한 자신을 잘 알아서, 더욱 현실적이고 전략적으로 행동하는 걸까요?

-민우가 예술적인 마인드라면, 저는 현실적이죠. 전략적인 건 아무래도 조심스러워서 그래요. 실수하기 싫고, 남한테 피해 입히기 싫고, 그것 때문에 욕먹는 것도 싫고. '칭찬은 못 받아도 욕은 먹지 말자' 가 저라면, 민우는 '최고가 돼서 칭찬받아야지!' 예요.

작년 활동이 성공적이었던 이유를 "전국의 신화 팬과 4년 만의 활동이라는 특수성 덕분" 이라고 스스로 냉정하게 평가했죠. 그 특수성이 사라진 올해의 전략은 뭔가요?

- 이젠 앨범과 무대만으로 얘기해야죠. 작년의 바람은 1세대 아이돌, 최장수 아이돌, 공로상, 이런 느낌에서 벗어나는 거였어요. <음악중심>, <뮤직뱅크>에서 활동하는 똑같은 가수가 되는 거요. 일단 거기까진 온 것 같아서, 앨범과 무대에 공을 더 많이 들였어요. 작년엔 처음에 한 200곡 정도 받았다면, 이번에는 한 500곡을 받아서 선별하는 과정을 거쳤어요. 정규 앨범을 11집이나 냈으니까, 노래마다 각각의 호오가 갈리곤 하는데, 이번에는 한 곡 한 곡이 다 마음에 든다고 입을 모아 얘기했죠.

거의 만장일치에 가깝게 노래가 선택됐단 거네요?

- 네. 타이틀 곡 후보가 'Scarface' 와 'This Love' 였는데, 'This Love' 가 우리 색깔을 보여주는 것 같아서 잠정적으로 결정은 하고 있었어요. 그러다가 안무를 보고 '헉' 한 거죠. 이걸 수정해서 갈지, 우리가 '헉!' 했던 느낌을 대중들에게도 전달할지 논의했는데, 결국 우리는 '헉' 으로 가기로 했어요. 지금까지의 파격적인 안무라면, 의자에 앉아서 했던 'Wild Eyes' 정도인데 그것보다 훨씬 세죠.

그게 신화 같아요. 누군가는 신화가 지금까지 유지된 비결이 양보와 배려라고 하던데, 틀린 말은 아니지만 더 중요한 건 안전하게 머무르는 대신 매번 싸워온 게 아닐까 싶어요. 신화 멤버들 사이 또한, 적극적으로 싸워서 쌓아올린 것 같고요.

- 의리나 배려가 원동력이 아닌 건 아니지만, 그건 되게 기본 같아요. 아이돌이 방송에 나와서 하는 모범답안이요. 그런 느낌이 아니거든요. 30대의 자기 주관이 확실한 남자들이 같은 명분을 가지고 있다는 게 중요해요. 의리가 아니라, 가족이나 형제 사이 같은데, 이게 말로는 너무 흔하거든요. 가식 같고요. 얼마전 어버이날 아버지가 꽃다발 사진을 문자로 보냈어요. 전진이 보낸 꽃다발이랑 편지래요. 컴백 준비 때문에 스트레스가 많아서 전 대충 인사만 드렸거든요. 매체 인터뷰 열 개씩 할 때였는데, 전진이 멤버 부모님들한테 전부 보낸거예요. 내가 아들 노릇 못할 때, 친동생은 없지만 친동생처럼 아들 노릇 해주는 것, 그건 진짜 가족이잖아요.

작년과 똑같은 시기에 새 앨범을 내요. 매년 앨범을 내는 게 목표인가요?

-지금 추세는 미니 앨범이나 디지털 싱글이지만, 팬들에 대한 마음이나 정성 이런 걸 떠나서 그게 신화 같아요. 이렇게 시작했고, 신화는 변하지 않아야죠. 신화가 지속되는 모습으로 대중들에게 박수를 받는다면, 우리는 그걸 계속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애초에 신화의 모델이었던 스맙은 20년이 넘은 지금도 여전히 노래는 못하고, 춤도 엉성해요. 그런데, 그들의 예능 활동은 가수로서의 자질을 상관없게 만드는 부분이 있죠. 앨범 단위 활동에 대해 얘기했는데, 보다 근본적으로, 꼭 노래일 필요가 있는지 묻고 싶네요.

- 멤버마다 생각이 다를 수 있어요. 스맙을 알고 좋아했지만, 대단한 팬은 아니었어요. 사실은 스맙이 일본에서 가지는 위치를 부러워했죠. 한 나라에서 그렇게 오랫동안 사랑받으면서, 팬분들이 아이와 공연 보러 오는 상황을요. 옛날 저희에겐 되게 막연한 얘기였거든요. 하지만 그렇데 돼야겠다고 되는 건 아니고, 꾸준히 하던 걸 열심히 하면 주변이 자연스럽게 만들어질 것 같아요.

또한 스맙에게는 <SMAP X SMAP>이라는 장수 프로그램이 있어요. 그 포맷 안에서 각자 하고 싶은 걸 다 하고 있죠. 그 프로그램으로 인해 좀 더 엔터테이너로서 자리매김했달까요. <신화방송>으로도 가능하지 않을까요?

- 일단 <신화방송>이 롤 모델로 삼은 프로그램은 아니에요. <신화방송>은 멤버 여섯명의 잘나가고 못 나가는 격차를 최대한 줄여줄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해요. 연예계에서 가수이자 연기자로 산다는 건 굉장한 스트레스고, 성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살엄음판을 걷는 느낌일 수 있어요. 그래서 항상 돌아갈 수 있는 곳이 필요하죠. 내일 어떻게 될지 모르고 ㄲ쫓기면서 하는 것과 안정된 상태에서 하는 건 눈높이가 달라요. 기본이 갖춰져 있으면 더 큰 꿈을 꿀 수 있어요. "아, 우리 이러면 안 돼, 조심조심" 이러고 싶지도 않아서 <신화방송>을 시작했다고 볼 수 있어요.


직접 타이핑 했음! 후아. 가져가고 싶음 출처는 밝히는 걸로.

by shimyang | 2013/05/21 17:28 | 삽질 | 트랙백 | 덧글(1)

Commented by 크레파스 at 2013/05/21 23:04
shimyang님 감사합니다^^ GQ잡지 받기전에 이런 좋은 글을 읽을 수 있게 되서 감사하네요. 일일이 타이핑까지!!!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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